3년 전 면허를 따기만 했는데 한 번도 운전을 안 해본 거 있죠? 저도 그런 사람이었어요. 강남역에서 서울 왕복하면서 늘 버스 놓치고, 지하철 끝자리까지 밀려 다니는데 정말 지겹더라고요. 결국 운전은 포기하고 살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근데 여름에 친구들이 차로 강원도 여행을 가는데 내가 뺄 수 없었어요. 옆에 탄 사람처럼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게 너무 민망했거든요. 서른 살까지는 못 배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정말로 운전을 해봐야겠다고. 남는 휴가도 있었고, 성북에 살고 있으니 괜찮은 학원 하나 찾아봐도 될 것 같았거든요.
네이버에 '성북운전연수'를 검색했더니 정말 많더라고요. 리뷰를 봤는데 어느 곳이나 별 5개 4개 그런 건 너무 신뢰가 안 갔어요. 그래서 가까운 곳부터 직접 전화를 돌렸어요.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차량도 좋다고 하고, 강사님들도 경력 있다고 하는 곳이 성북 길음역 근처에 있었어요.

첫 상담 때 강사님이 현대 싼타페로 교육한다고 하셨는데, 좀 큰 차라 오히려 좋겠다 싶었어요. 시작일은 3월 초 날씨 좋은 화요일로 잡았어요.
첫날 아침 10시에 학원에 도착했을 때 손가락이 미끄러웠어요. 차에 탔는데 생각보다 높더라고요. 강사님이 미러부터 시작했어요. 왼쪽 거울, 오른쪽 거울, 백미러 조절하고, 시트 높이와 핸들 거리까지. 30분이 그냥 갔어요.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강사님이 "브레이크 몇 번 밟아 봐요"라고 하셨는데, 저는 자꾸 오른쪽 페달을 밟으려다가 가운데를 밟았어요. 엑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차가 확 움직였어요. "아, 여기가 브레이크고, 여기가 엑셀이에요. 발 크기가 작으신 분들이 자주 헷갈리세요" 라고 강사님이 웃으면서 말씀하셨어요.
그날은 성북 지역 아무 도로도 못 나갔어요. 학원 주차장에서만 시동 끄고 켜고, 페달 밟고를 반복했어요. 2시간이 이렇게 길다니 싶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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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은 오후 2시 수업이었어요. 그날 날씨가 진짜 좋았는데, 괜히 더 불안했어요. 강사님이 "오늘은 천천히 도로에 나가볼까요"라고 했거든요. 성북에서 길음역 앞 사거리부터 시작했어요. 차선도 표시되어 있고, 신호등도 있는 아주 작은 도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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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와 엑셀 구분은 됐는데, 이번엔 핸들이 문제였어요. 좌회전할 때 자꾸 과하게 꺾였어요. "톱니바퀴처럼 조금씩 꺾으세요"라고 강사님이 말씀하셨는데, 그 표현이 정말 도움이 됐어요. 세 번째 좌회전 때는 거의 완벽하게 했어요.
이날 수업은 4시간이었어요. 석계역 주변까지 나갔다 왔는데 손가락이 졸았어요. 핸들을 너무 죘거든요. 그래도 뭔가 운전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셋째 날이 제일 길었어요. 6시간 강화 수업이었어요. 오전에는 성북의 좀 더 복잡한 도로를 도는데, 차선변경이 포함됐어요. 정말 떨렸어요. 강사님이 타이밍을 정확하게 짚어주셨어요. "지금 앞 차가 멀어졌으니까 지금이 타이밍이에요"라고 천천히 말씀하시면서 제 손만 놔줬어요.

점심은 쌈밥을 먹고, 오후에는 강북 쪽 큰 도로를 갔어요. 종로 방향이라고 들었는데 차들이 정말 빨랐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더는 안 떨렸어요. 집중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 몸은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마지막 1시간은 성북으로 돌아오는 길로 했어요. 저를 데려간 경로를 역으로 가는 거였어요. 석계역 교차로, 길음역 앞을 지나 다시 학원에 도착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강사님이 "다음부터는 혼자 해보세요"라고 했을 때 진짜 심장이 철렁했어요 ㅋㅋ
수업이 끝난 지 사흘 후, 드디어 혼자 차를 몰고 나갔어요. 성북 지역 슈퍼로 장을 보러 갔어요. 손가락이 떨렸어요.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강사님 말씀이 떠올랐어요.
처음으로 신호 대기 중에 옆 차와 나란히 섰을 때, 나도 버젓이 운전자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게 실감이 났어요. 강남역 지하철역이 아니라 차로 강남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지금도 성북 근처는 아직도 조금 신경 쓰면서 운전해요. 큰 도로 나갈 때도 스트레스받아요. 근데 3개월 전의 나처럼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냥 천천히, 강사님 말처럼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면서 나아갈 거예요. 브레이크 페달이 엑셀 페달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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